그제는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절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계절이 두번을 변하고 나서야 하는 전화 속의 친구 목소리는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축 늘어져 고민거리가 많은 듯 했다. ‘밤이라 조용히 말하느라 그렇다’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더라.
이제 학업은 마쳤고 현지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하는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겁이 난단다. 한국에서 일 할 때는 몰랐지만 밖에서 되돌아 본 한국의 모습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여유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그곳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겠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별 다른 반박거리를 찾아낼 수 없었다.
먼 미래에 둘 다 여유가 생기면 두 가족이 미국 횡단 여행이나 같이 하자는 나의 제안에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는 녀석의 말이 마음 아리다. 미국과 한국의 왕복 비용이 부담스러워 몇 년째 들어오지도 않고 있는 친구가 부디 빨리 자리를 잡고 크게 성공하기를…
“내가 나중에 돈 벌어서 섬 사면 비행기 보내줄테니 놀러와라”
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고교 시절의 친구 모습이 더욱 그리워 지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