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건강검진 차 위 내시경을 받았다. 대단한 비밀을 간직한 것도 아니면서 낯선 이에게 속을 보이지 않으려는 몸의 거부반응 때문에 늘 수면 내시경을 받는다.
혈관을 통해 주입된 약물로 잠에 빠져드는 사람의 모습이 마치 PC 운영체제가 Reset 버튼에 의해 종료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사를 맞은 시점부터 초에 맞춰 셈을하기 시작했다. 13정도에 초점히 흐려지더니 이내 15 이후론 기억이 없다. 버튼(주사)를 누르고 종료되기까지 고작 15초라니…
PC보다 빠르게 종료된 것 같은데 리부팅은 그에 비해 부지하세월이다. PC보다 정교한 제품이라 그런 것인지, 35년이나 된 제품(몸뚱이)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Reset 후 재부팅을 해서 일까… 왠지 모르게 몸이 개운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나 만의 착각일 뿐
위궤양과 더불어 위가 부어있다는 소견을 받고 4주치의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결과를 보기 위해 4주후에는 다시 Reset 해야 한다고 한다. Reset 자주 하면 안 좋은데… 뭐 그나마 다행인건 용종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는 정도일까…
책상 위에 올려진 두툼한 약봉투를 보니 이걸 다 먹다 낫기는 커녕 소화불량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